영화 ‘암살자(들)’ 역사 왜곡 논란 확산…배우 ‘불매 리스트’부터 고발·가처분 검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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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밖으로 번진 논란…배우·유튜버까지 ‘뭇매’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영화 바깥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물론, 시사회에 참석하거나 영화를 추천한 배우들까지 이른바 ‘불매 리스트’에 이름이 오르는 상황이다.
유명 유튜버들의 리뷰 영상에도 비판 댓글이 쏟아지면서, 영상을 자진 삭제하거나 해명에 나서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소재…’배후 암시’가 쟁점
지난 23일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당시 정부의 수사 결과 발표에 의문을 품은 형사와 기자들이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논란이 된 대목은 주인공들이 추적 끝에 중앙정보부가 배후에 있으며, 한·일관계 등으로 위태로워진 정치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작극을 벌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게 된다는 내용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북한 김정일이 직접 육 여사 사건에 대해 사과했는데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자필 추천사 남긴 배우들 명단화…유튜버 영상 삭제·해명
논란이 커지자 영화를 관람한 뒤 자필 추천사를 남긴 배우들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향했다.
일부 시민들은 이들을 두고 “역사 지식이 부족하고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이름을 담은 명단을 만들었다.
추천사에 ‘진실’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을 두고 일부 배우들의 SNS에도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 리뷰 유튜버들도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구독자 417만 명의 영화 유튜버 ‘지무비’는 ‘암살자(들)’ 소개 영상을 올렸다가 비판 댓글이 이어지자 별도 공지 없이 영상을 삭제했다.
구독자 약 24만 명의 유튜버 ‘김단군’ 역시 리뷰 영상을 올렸다가 날선 반응이 이어지자 영상을 내렸다.
이후 그는 “누군가에게 불편한 영화일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정치적으로 무지했다”는 해명 영상을 올렸으며, 이 영상도 회원 전용 공개로 전환했다.

상영금지 가처분 검토·형사 고발까지
법적 대응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1971년부터 3년간 육 여사를 보좌했던 김두영 전 청와대 비서관은 28일 한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박정희기념재단과 육영재단 측에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29일에는 이종배 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허진호 감독과 제작진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허위사실 적시가 명시적 표현에만 한정되지 않고 간접적·우회적 표현으로도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주성완 변호사는 “영화 속 대사뿐 아니라 인물의 행동과 결말 등을 고려했을 때, 영화 전체가 특정 메시지를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한다면 허위사실 적시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자명예훼손 혐의 적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곽준호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아내 피격의 배후였다고 암시하는 묘사는 고인의 사적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유족 측에서 사자명예훼손 성립 여부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판례는 엇갈려…”고의성 여부가 관건”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를 둘러싼 법적 다툼은 처음이 아니다.
2005년 10·26 사건을 다룬 영화 ‘그때 그사람들’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씨가 고인과 유족의 명예 훼손을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상영금지는 과도하다고 판단했지만, “영화의 일부가 고인에 대한 왜곡된 인상을 준다”며 일부 다큐멘터리 장면을 삭제하고 상영하라고 결정했다.
반대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사례도 있다.
2013년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에 대해 유족 등이 허위사실을 이유로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재판부는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투명한 논의를 위한 것”이라며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암살자(들)’이 가처분 심리를 받을 경우 표현 내용의 진실성, 피해자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었는지, 공공의 이익에 해당하는지 등이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작진 “영화적 상상력”…영화계 반응도 엇갈려
제작진은 28일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라며 사실 왜곡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영화계 안에서도 시선은 엇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독은 “영화에 실제적인 묘사가 많이 들어가 관객들이 역사적 사실로 오해할 소지가 충분하다”며 “‘영화를 영화로만 봐달라’고 하지만 그런 측면에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에 대한 접근은 달라야 한다”며 “진정 문제가 될 부분이 있다면 시장과 관객이 평가하고 자연스럽게 자정될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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