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스포) 등장 시간 10분 남짓, 그러나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존재…놀란 ‘오디세이’ 속 아테나의 진짜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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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내용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짧은 등장, 그러나 가볍지 않은 무게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에서 젠다야가 연기한 여신 아테나는 실제 스크린에 등장하는 시간이 채 10분이 되지 않는다.
같은 영화에서 존재감이 묵직했던 또 다른 인물 시논과 비교해봐도, 오히려 대사량만 놓고 보면 시논 쪽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아테나의 분량은 짧은 편이다.
그럼에도 이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맡고 있는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메신저 같은 존재라는 해석이다.

“왜 신들은 확실히 말해주지 않는가”
극 중 오디세우스는 아테나를 만날 때마다 약간의 분노가 섞인 목소리로 같은 질문을 던진다.
왜 신들은 명확하게 답을 알려주지 않느냐는 것이다.
자연 현상이 낯설고 두려웠던 고대 그리스인들은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환경의 변화를 신의 뜻으로 해석해왔다.
이런 세계관 속에서 인간은 나약하고, 신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태양신의 섬을 도망쳐 나온 뒤 폭풍우를 만났을 때, 부관이 오디세우스에게 포세이돈에게 참회하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런 고대적 세계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부관이라는 인물 자체가 모든 것을 신의 뜻으로 해석하려는 ‘고대인’을 상징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탁이 아니라, 스스로 찾은 답
오디세우스가 신을 향해 일갈할 때마다 아테나는 오히려 차분하게 되묻는다.
자연 속에 이미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냐는 것이다.
신의 뜻을 알고 싶었던 고대인들은 눈에 보이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해석하려 애썼고, 상징이라는 개념도 바로 여기서 출발했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성적으로 보면 신의 뜻이라는 것은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는 것에 가깝다.
같은 신탁이라도 사람마다 바라보는 지점이 다르다는 점에서, 아테나가 던지는 질문 속에는 ‘답은 결국 네 안에 있다’는 메시지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신화가 끝나고 역사가 시작되는 지점
유럽은 중세까지 신 중심의 세계관 속에서 살아왔다.
이후 르네상스와 함께 그 자리를 인간이 대신하기 시작했고, 신의 이름으로 설명되던 인간의 행동은 이성과 논리, 과학의 언어로 대체돼 갔다.
신으로부터의 독립은 곧 인간이 고대인에서 근대인으로 성장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 중 하나로 읽힌다.
흥미롭게도 근대인의 태동을 이끈 르네상스는 고대 그리스 인본주의 철학의 부활에서 출발했고,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호메로스의 서사시로 이어진다.
신화가 끝나고 역사가 시작되는 지점이 바로 이 작품이 다루는 시대라는 것이다.
지혜와 이성으로 신의 자리를 대신한 인간, 오디세우스
오디세우스라는 이름은 ‘미움받는 자’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가 신에게 미움을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 바로 꾀와 지혜와 이성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성을 앞세운 인간은 더 이상 자연현상을 신의 뜻으로만 해석하지 않는다.
현상을 관찰하고 법칙을 찾아 공식화하며 숨겨진 진리를 발굴해내는 존재, 그것이 바로 신의 역할을 조금씩 빼앗아 오는 인간 오디세우스라는 것이다.

결말에서 드러나는 아테나의 진짜 정체
영화 말미, 아테나로 여겨졌던 존재는 사실 트로이가 불타던 날 광기 어린 병사들에게 희생된 한 소녀의 얼굴로 밝혀진다.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그는 지혜롭지만 별다른 개입을 하지 않는 인도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체가 드러난 이후, 오디세우스가 영화 내내 걸어온 모든 여정은 신의 뜻이 아닌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갈등으로 재해석된다.
트로이의 목마 계책으로 제우스의 법을 어겼다는 찜찜함 이면에는, 사실 귀향을 원했던 자신의 계책이 끔찍한 참상으로 이어졌다는 죄책감을 지닌 한 인간의 양심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해석이다.
영화 막바지, 구혼자들을 응징하는 오디세우스는 제우스의 법이 아닌, 자신이 이국 땅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던 인간 시논의 이름으로 그들을 심판한다.
신의 이름을 빌린 명분은 사라지고, 오직 인간만이 남는 순간이다.
이후 그는 아들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아내와 함께 서쪽 세상을 향해 떠난다.
“모두의 내면에는 신이 있다”
결국 이 영화 속 아테나는 신이라기보다는 오디세우스 내면에 존재하는 하나의 자아가 형상화된 존재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초자연적 존재에게 삶의 방향을 묻던 고대인에서, 스스로의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근대적 개인으로 거듭난 오디세우스라는 인물을 통해, 얼핏 신의 음성처럼 보이는 것도 결국 지극히 인간적인 동기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는 분석이다.
결말부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가 나누는 ‘문명의 붕괴’에 대한 대화는, 신에게 삶의 방향키를 맡기던 시대가 저물고 인간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상징한다는 해석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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